조말(조윤영)은 한국 역사의 자취에서 작업의 모티브를 얻으며, 텍스트와 시각예술이 상호 호환적으로 서로의 경계를 실험하는 방식을 설치작업으로 풀어내고 있다. 과거 비운의 시대, 폭력의 역사적 사건을 조사하고 보이지 않는 틈을 발견하여 서사를 만들고 있다. 단편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안일한 태도를 점검하고 가치에 따라 다르게 보기를 실천한다. 믿음, 신념, 광기가 촉발하는 지점, 극적인 상태에 관심을 갖고 2016년부터 지역을 다니며 역사적 사건을 조사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직접 현장을 밟고 다양한 방법으로 리서치를 해왔는데, 파주 전시마을, 합정동 절두산, 공업도시 울산, 창원 수정만, 트라피스트 봉쇄 수녀원, 청주 학살 현장들, 광주 518 현장들, 경기도 시흥 거북섬, 서울 밤섬 등 그 안에 얽힌 믿음과 신념에 의해 출몰하고 사라진 다양한 모습들을 조사하였다.
특히 2022년 울산 지역의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면서 국가발전이라는 거시적인 목표아래 희생된 식민지같은 땅과 삶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한국 근현대사에 있어 ‘더 나은 삶에 대한 욕망’은 광기스러울 정도로 맹목적인 희생과 믿음을 낳았다. 믿음과 신념에 따라 광기스러움이 촉발되는 경계지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극적인 판단과 결정을 하게 되는 인간의 태도에 매료되었다. 그간 리서치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면에 존재한 인간의 여러 감정과 욕망의 얼굴을 찾아 개념화를 하며 시각 언어의 조형화 작업을 한다. 픽션을 창작하는 것을 시작으로 설치작업과 오브제 제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내용 구성을 하고 있다. 신념이 과도화될 때 숭고함의 영역과 광기의 영역 사이를 넘나든다고 보았는데, 이를 표현할 수 있게 할 태도와 시각화에 고민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로 시간성이 필요한 재료를 선택하거나 작품에 운동성을 부여하여 추구하는 개념과 주제를 시각화할 수 있는 다각적인 접근방법을 실험 중이다.
추상적인 개념을 역사적 사건을 통해 바라보며, 현대의 모습을 띠게 된 이유 그 이면에 존재하는 정치적 이유에 대해서도 탐구하며 예술적 개입을 통해 다른 결과물을 낼 수 있는지 그럼으로써 현재를 바라보는 시각을 넓히고 다양한 이야기를 상상하려 한다.